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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벤처 민들레마음 손유린(경영학부 17) 대표·김성환(산업디자인학과 18) 부대표

환아의 그림, 디자인제품으로 꽃 피다
민들레 홀씨처럼 선한 영향력 널리 퍼지길
소셜벤처 민들레마음 손유린(경영학부 17) 대표·김성환(산업디자인학과 18) 부대표

보송한 솜털로 온몸을 감싼 민들레 홀씨는 봄바람에 몸을 던진다. 산 넘고 바다 건너 자신이 뿌리내릴 땅을 찾으면 그곳이 비옥한 토양이건 메마른 아스팔트 틈 사이건 상관없이 비집고 들어가 생명을 싹틔운다. 이러한 민들레 홀씨의 강인함과 생명력은 소셜벤처 ‘민들레마음’이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어린이병원 환아의 그림을 캐릭터화해 디자인상품을 제작해 판매하고 그 수익금으로 어린이지원 사업을 진행하는 소셜벤처 ‘민들레마음’의 손유린(경영학부 17) 대표와 김성환(산업디자인학과 18) 부대표를 만나 이들이 걸어온 길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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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희귀난치질환 환아들과 그림 그리다 “유레카!”

민들레마음의 첫 시작은 2018년 8월 서울시립대학교 어린이병원 봉사활동에서 시작했다. 중증희귀난치질환 환아들과 함께하는 그림교실 프로그램을 운영한 손유린 대표는 중증희귀난치질환 환아가 전국에 13만여 명이 넘지만, 이들을 치료할 어린이병원은 전국에 8곳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무 걱정 없이 뛰놀아야 할 아이들이 정당한 의료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고픈 마음이 점점 커졌다. 그러던 중 환아들이 그린 그림을 본 손 대표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민들레마음 제작 인형을 들고 활짝 웃고 있는 손유린 대표(사진 오른쪽)와 김성환 부대표

민들레마음 제작 인형을 들고 활짝 웃고 있는
손유린 대표(사진 오른쪽)와 김성환 부대표


 

손유린손유린

기존 재단이나 사회적기업의 후원 방식처럼 일방적으로 도와주는 기부 방식이 싫어 상호 보완적인 비즈니스모델을 고안했어요. 아이들의 그림을 디자인으로 활용함으로써 아이들은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문제 해결 과정에 직접 참여해 자신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모델이죠. 바로 도서관에 달려가 사업계획서를 3개월 만에 작성했어요. 당시 기말고사 기간이었는데 남들이 공부할 때 저는 계획서를 열심히 썼죠.

손유린 대표는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구인공고를 올렸다. 당시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지원한 김성환 부대표는 손 대표와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그때 손 대표가 가진 것이라곤 틈틈이 모은 장학금 250만 원과 사업계획서가 전부였지만 오랜 이야기 끝에 그의 계획에 확신을 갖고 합류하기로 다짐했다고 한다.

김성환김성환

처음에 유린 씨가 ‘조각보’라는 이름으로 팀원을 모집했어요. 색색의 천 조각을 이어서 만든 조각보의 의미는 괜찮았지만, 우리가 꿈꾸는 미래와는 맞지 않았습니다. 마음 속으로 이름부터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죠. 일반 회사처럼 10년, 20년 성장하려면 우리만의 아이덴티티(정체성)가 있어야 했고 두 달 동안 다른 일은 하지 않고 우리가 왜 이 일을 해야 하고,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한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민들레마음’이 탄생했습니다.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참여한 민들레마음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참여한
민들레마음


선한 영향력, 민들레 홀씨처럼 넓은 곳에 훨훨 퍼지길

민들레 꽃씨는 바람이 불면 멀리 나아가 발걸음이 닿는 모든 곳에 퍼진다. 이들의 선한 영향력이 바람 따라 널리 퍼지길 바라는 간절한 염원을 담아 이름을 지었다고. 손 대표는 “민들레 꽃말 중에 ‘사랑하는 사람이 멀리 있어도 잊지 않고 기다리는 일편단심 마음’이 있다. 민들레의 파급력과 강인하고 끈질긴 생명력, 일편단심 마음의 의미를 담아서 ‘민들레 마음’이 탄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리 학교와 타 대학교 학부생 8명으로 구성된 민들레마음은 소셜 미션으로 '중증희귀난치질환 환아와 가족들의 삶의 질 개선'을 설정했다. 어린이병원 환아들이 그린 그림을 활용해 디자인제품을 만들고, 판매 수익금은 아이들과 가족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서비스 제공기관인 어린이병원에 후원한다.

손유린손유린

소아청소년 완화의료란 환아와 가족들이 치료 과정 동안 편안하고 즐거운 삶을 지내도록 돕는 프로그램이에요. 의사와 간호사는 물론, 성직자와 미술치료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아이들 성장 과정과 환경을 고려해 증상 및 통증을 관리해요. 여기에 더해 환아와 가족들이 심리적으로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에도 도움을 줍니다. 아직은 이름조차 많이 낯선 이 서비스는 전국 13만여 명의 중증 희귀난치질환 환아들에게 꼭 필요합니다.

민들레마음은 머그컵, 텀블러, 폰 케이스, 스티커 등 20여 개 제품을 만들었다. 판매수익금으로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지난 4월에는 병실 밖을 나가기 힘든 아이들을 위해 놀이용 DIY ‘민들레키트’를 제작해 후원하기도 했다. 민들레마음의 선한 영향력은 날개를 달아 기업, 학교에도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손유린손유린

코로나19로 인해 소매 쪽 매출이 반 토막이 났어요. 여러 고민 중에 B2B(business to business)로 제안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후원하러 간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되려 마스크 목걸이 제작 의뢰가 들어왔고 성균관대학교에는 캐릭터 굿즈를 제작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얼마 전에는 유명 스포츠브랜드 ‘배럴’과 협업한 수영모도 선보였답니다.

  •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참여한 민들레마음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참여한
    민들레마음


  •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참여한 민들레마음(3)

일상 속 민들레마음 소비자와 마주할 때 힘 얻어

두 사람은 대학생 신분을 유지하면서 사업까지 진행하려니 하루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간다고 한다. 학업을 병행하는 게 고단하지만 그래도 ‘민들레마음’을 통해 큰 원동력을 얻는다며 미소 지었다.

손유린손유린

당연히 학생으로서 과제나 시험공부를 하려고 노력하는데 사업과 병행하기엔 어려움이 있어요. 예를 들어 시험 기간에 2000만 원 규모의 정부 지원 사업 발표심사가 있거나 중요 미팅이 잡히면 저는 시험을 포기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가도 병원에 미팅하러 갈 땐 우리가 어엿한 후원자로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자부심이 느껴져요. 매일 힘들어도 이 짧은 순간이 기억에 맴돌아서 계속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김성환김성환

산업디자인학과 특성상 과제가 많아 사업과 학과 생활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게 너무 힘들어요. 그러다가 바쁜 일상 속에서 민들레마음 제품을 쓰고 있는 소비자들을 만나면 피곤함이 사라져요. 얼마 전 우리 팀원이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민들레마음 키링을 가진 분을 봤대요. 저도 지역 모임에서 민들레마음 제품을 사용하시는 분을 만나기도 했고요. 우연히 볼 때 신기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기업 운영 시 꼭 지키는 철칙에 대해 묻자 김성환 대표는 “자신과 팀원, 거래처와 약속한 일정을 제때 잘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꼽았다. 손유린 대표는 오랜 장고 끝에 대답을 내놓았다.

손유린손유린

기업으로서 성장하려면 내부 자생력을 갖춰야 해요. 후원 비용과 저희가 지출하는 비용이 상충할 때, 제가 내리는 크고 작은 모든 결정이 민들레마음의 가치가 맞는 것인지 스스로 되물어볼 때가 많아요. 제가 생각하는 민들레마음은 저희 팀원뿐만 아니라 병원에 있는 아이들과 가족들, 봉사자분들 그리고 저희를 아낌없이 지지해주는 소비자들과 기관 관계자들을 아우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 마음가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손유린 대표(사진 오른쪽)과 김성환 부대표

민들레마음 유니버스 만들어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하고파

두 사람은 미래에 민들레마음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도 뚜렷하게 설정했다.

김성환김성환

현재 민들레마음의 캐릭터는 동글동글한 귀여운 이미지에요. 앞으로는 아이들의 그림으로 더 폭넓은 연령층에게 사랑받는 색다른 디자인도 해보고 싶은 게 단기적인 목표고요. 장기적으로는 민들레마음의 가치를 확대해 국내 모든 어린이가 쓸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습니다. 후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손유린손유린

민들레마음은 디자인문구류를 취급하는 기업이에요. 마블시네마틱 유니버스나 카카오 프렌즈, 뽀로로처럼 민들레마음 유니버스를 만들어서 캐릭터 간 유기적인 연결고리를 스토리텔링해 콘텐츠 기업으로 거듭나는 게 목표입니다. 또 어린이병원 환아들은 부모님 중 한 분과 같이 생활해요. 다인실에서 여러 명이 지내다 보면 고충이 많을 수밖에 없죠. 병실에서 도움이 되는 생활용품을 만들어서 도움을 꼭 주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것, 아이들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 건설이 제 꿈이에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서울시립대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묻자 김성환 부대표는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해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젊을 때 하고 싶은 것을 걱정 없이 해봤으면 좋겠다. 후회는 나중에 해도 괜찮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어 손 대표는 시립대 구성원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손유린손유린

첫 사업계획서를 쓴 장소, 첫 자금지원, 첫 팀원 모집, 첫 사무실 모두 서울시립대에서 이뤄졌어요. 민들레마음의 첫 시작을 함께 한 것이죠. 제품 첫 구매자도 서울시립대 친구였답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교수님들과 창업지원단 선생님들께 자문을 구하고 조언을 얻어 해결한 게 많아요. 저희 일인데 마치 본인의 일인 것처럼 지혜와 정성, 시간을 쏟아주셨습니다. 모두에게 진심을 담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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