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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 교무처장/도시공학과 교수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의 위기, 로컬에서 답을 찾다
황지은 건축학부 교수/세운캠퍼스 베타시티센터 센터장

서울시립대학교 세운캠퍼스 베타시티센터는 독일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과 세운글로벌포럼 ‘로컬-리콜(Local-Recall)’을 온라인 시리즈로 기획 진행하고 있다. 세운캠퍼스가 위치한 세운상가 일대는 제조업과 관련 유통업이 복잡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는 상징적인 현장이다. 포럼은 전 세계가 직면한 글로벌생산 네트워크의 위기를 세운의 지역적 맥락에서 진단하며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로컬’의 의미와 미래 도심제조업의 미래 그리고 세운의 가치는 무엇인지 ‘로컬-리콜(Local-Recall)’ 포럼을 총괄하고 있는 황지은 교수에게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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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로컬-리콜(Local-Recall)’ 포럼의 기획 의도와 포럼 개최 후 중간 성과를 말씀해 주신다면?

2019년부터 시작한 세운글로벌포럼은 도시 현장에서 대학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으며 기획했습니다. 세운캠퍼스가 위치한 세운상가 일대는 서울의 중심에 제조업과 제조 관련 유통업이 복잡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는 현장입니다. 작년 첫 포럼 ‘도시와 제조업의 미래: Urban Manufacturing Next’는 국제지형에서, 특히 경쟁력 있는 세운의 정체성으로서 도심제조업이라는 용어를 크게 각인시켰던 효과가 있었습니다. 뉴욕, 런던, 베를린, 브뤼셀 등 세계 대도시에서는 대량소비 체제 안에서 잃어버린 도시 내 생산기능을 서울은 아직 활발하게 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도심제조업의 새로운 시대적 가치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였죠.


2019년 세운글로벌포럼 도시와 제조업의 미래

2019년 세운글로벌포럼 도시와 제조업의 미래
사진-이택수


두 번째 포럼 ‘로컬-리콜: Local-Recall’은 2020년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초국가적 팬데믹 상황에서 전 세계 도시가 직면하고 있는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의 위기로 지역 생산과 지역 공동체에 대한 체계를 시급하게 재정비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세운의 지역적 맥락에서 진단하고 다양한 관점으로 공론화하고자 합니다. 작년 포럼에 참석하셨던 해외 연사들의 안부와 각 도시의 긴박한 팬데믹 상황의 위기, 도심제조업의 새로운 역할에 대해 공유했던 오프닝 이벤트를 시작으로 ‘도시와 제조업은 공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신제조업의 영민한 루키들>, <사물의 생태계>라는 두 가지 온라인 토크쇼 시리즈를 진행 중입니다.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진행되는 2020년 포럼은 여러 제약이 있지만, 현장에서 발신하는 실천적인 담론과 연구 네트워크를 구성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현장과 언론, 연구자들에게서 다양한 피드백을 받고 있어요.
황지은 건축학부 교수/세운캠퍼스 베타시티센터 센터장

황지은 건축학부 교수
세운캠퍼스 베타시티센터 센터장


Q. 교수님께서는 ‘로컬-리콜’ 오프닝쇼에서 ‘로컬은 살아가는 방식이며 생각하는 방법’이라고 표현하셨는데요. 이렇게 정의하신 이유와 새로운 로컬의 역할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떤 전환을 맞으면서 그동안 대량생산, 대량소비 체제의 한계에 대해서 많은 경고음이 있었습니다. 기후변화, 사회 불평등, 자원의 고갈 등 지금은 누적된 위기와 기존 체제의 관성이 공존하는 상황입니다. 도시 정책의 목표로 ‘지속가능성’이 등장한 지 오래됐고 경제적으로 ‘지역상권’, ‘골목상권’이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으며 의식 있는 소비의 트렌드로 ‘로컬’이 브랜딩 되기도 합니다. 다양한 전문영역에서 위기에 대한 대책과 대답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현재가 투영하는 미래는 위기뿐만이 아니길 바랍니다. 그래서 조금 더 본질적인 변화가 필요하고 생각해요. 직접 내 손에 닿고 내 곁에 있는 문제부터 풀어가는 삶의 태도가, 개인들의 느슨한 네트워크로 형성되는 집합 공익이 사회의 가치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죠. ‘로컬’을 구분 짓는 것은 단순히 가까운 거리만은 아닙니다. 이미 우리에게 사회적 거리, 산업적 거리는 크게 조정되고 있듯이 내 삶을 영위하기 위해 맺는 관계의 범위 안에서 ‘로컬’을 정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세운상가와 같이 도심 속 소규모 제조업 산업의 생태계는 어떤 현실과 마주하고 있는지, 또 그 안에서 세운캠퍼스의 과제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서울시에서 정책적으로 보호하는 6대 제조업 영역이 있는데 놀랍게도 여기에 세운~을지로~청계천 지역은 빠져 있습니다. 서울의 제조업 구역은 수제화, 의류, 기계 등 특정 생산품을 중심으로 설정되어 있고 아이러니하게도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생산공정과 기술지식이 집적된 세운 일대는 도시계획상에서는 그저 재정비촉진지구와 도시재생활성화구역이 혼재해 있는 영역일 뿐이죠. 개발에서 도시재생으로 전환되면서 그동안 모두가 알고 있지만, 정책에서 담지 않았던 가장 강력한 지역 정체성을 담은 선언 ‘메이커 시티’를 표방하는 다양한 활동이 벌어졌고 이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며 시대 가치와 맞아 떨어졌습니다. 실제로 전 세계 대도시에서는 그동안 도시가 잃어갔던 생산의 기능을 다시 복구하기 위해 새로운 창의 산업의 모태가 되며 지속가능한 경제 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도심제조업을 부활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입니다.

현재진행형인 세운 일대 도시재생의 구심점은 도심제조업의 새로운 해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심제조업은 대량생산체제의 경제 수량적 가치보다는 복잡한 관계망 안에서 형성되는 사회적 자본으로 평가해야 하는데, 우리가 학교라는 제도에 통상적으로 가지는 사회적 관용이 이를 이해시키는데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종종 느낍니다. 즉 학교의 교정이 확장되어 사회와 만나고, 학교에서는 일상적인 실험과 교육 연구가 현장에서 진행되면서 새로운 관계를 맺고, 그런 잠재력이 다시 지역의 생산력으로 환원되는 그림을 누구나 이상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라는 유연한 경계 안에서 학생들과 연구자들이 하는 활동들이 서툴러도 혹은 현실과 맞지 않아도 관대하게 수용되고 오히려 기대와 격려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도시재생과 도심제조업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선제적으로 시험해볼 수 있는 좋은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40년간 복잡한 재개발 추동의 역학 안에서 역설적으로 그대로 남아 있던 세운 일대는 2017년 보존형 도시재생 사업이 추진되자 그동안의 팽팽한 긴장이 무너지면서 역설적으로 급격히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수도 서울의 심장, 가장 깊은 통찰과 지혜가 담겨야 마땅할 도심 미래 공간에 대한 어떠한 생산적인 논의 없이 얼룩덜룩한 행정 제도에 맞추어 수동적으로 이 빠진 퍼즐을 메꾸고 있는 현실이에요. 지금 서울의 중심은 주인 없는 임대 시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세운캠퍼스에서는 미래세대와 함께 그 역사의 순간을 목도하며 기록하고 있습니다.

황지은 건축학부 교수/세운캠퍼스 베타시티센터 센터장

Q. 제조업의 로컬 생산은 도시의 지속 가능한 삶에 있어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나요?

근대 이후 극도로 분화되었던 기술, 자본, 노동이 최근 다시 재편되고 있습니다. 효율적인 대량 공급의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수요 공급의 균형과 분배가 점차 중요한 사회적 가치관으로 정착되고 있어요. 도시 안에서 순환되는 경제 구조뿐 아니라, 새로운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생산-소비의 긴밀한 간극에서 발생하는 혁신이 중요합니다. 소비시장과 가깝고 다품종 소량생산에 특화되며, 다양한 인재들이 창의적인 도전을 시작하기 좋은 입지를 제공하는 도심제조업은 이런 맥락에서 큰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가치관은 서서히 바뀌는 것 같지만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우리의 행동 양상에 즉각적으로 반영되기도 해요. 전 세계적 위기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가 그나마 경제적 타격이 작을 것으로 예측되는 것도 전국적으로 고르게 분포한 제조업의 유연한 대응을 큰 요인으로 꼽는 분석이 많습니다.

Q. 최근 온라인 토크쇼 ‘신제조업의 영민한 루키들’에서 삼영기계, 더하이브의 사례를 통해 제조업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포럼에서 ‘공동체 구축’, ‘공유’라는 단어가 눈에 띄는데요. 제조업의 미래, 어떻게 예상하시나요?

위기를 맞고 있는 제조업의 극복 키워드는 유연성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즉, 시장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다양한 협력관계를 모색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젊은 리더들을 ‘로컬-리콜’을 통해 만나고 있어요.
온라인 토크쇼 시리즈인 <신제조업의 영민한 루키들>의 첫 번째 초대연사였던 삼영기계의 한국현 대표도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을 인용하며 매우 강조했던 부분입니다. 삼영기계는 40년간 선박과 철도 엔진의 주요부품을 생산하던 중견 제조기업입니다.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조선업 기반을 바탕으로 주조 분야의 기술력과 품질로 인정받으며 안정적인 수출을 하고 있던 부품생산 기업에서 최근 물류산업 지형변화로 받는 조선업의 타격으로 촉발된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긴박한 체제변화 내용을 공유했습니다.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로 공장을 이전 해야 할지 고민했다고 하는데요. 그러나 이는 단기적인 해법이 될 수는 있겠으나 핵심 노하우를 해외에 공개해버리는 결과로 귀결됩니다. 생산 경쟁력을 자체 분석해 핵심 공정인 주조기술을 혁신할 수 있는 3D 프린팅 기술을 적극 도입했고, 나아가 샌드 3D 프린터를 자체 개발하여 상품화했습니다. 기업의 살길을 찾는 방법이기도 했지만, 우리나라 뿌리 산업의 중추를 맞고 있는 주조산업의 혁신을 서두르지 않으면 순식간에 제조업 국제지형에서 도태될 수 있겠다는 경각심이 큰 동력이 되었고, 제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동반 성장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이었습니다.

Q. 다음 토크쇼는 언제 개최 예정인가요? 아무래도 화상으로 진행되는 포럼이라 아쉬운 점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다음 토크쇼는 10월 28일 네 번째 온라인 토크쇼 <신제조업의 영민한 루키들>이 라이브로 진행됩니다. 철제 디자인 가구 제조기업인 ‘레어로우’의 양윤선 대표와의 대화가 진행될 예정이고 아카데믹 콜로키움의 형식으로 진행되는 ‘사물의 생태계’ 시리즈가 11월에 진행됩니다. 자세한 일정은 포럼 홈페이지를 참고해주세요.

<신제조업의 영민한 루키들> 중계일정 자세히 보기
Q. 세운캠퍼스의 향후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지요?

제도권 교육기관에서 세운캠퍼스와 같은 상향식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최근 창업이나 현장학습 등 사회를 향한 학교의 태도를 바꾸기를 독려하는 새로운 평가 잣대가 드리워지고 있지만, 학교 안에서는 사회와의 경계가 여전히 명확합니다. 그렇지만 지난 4년간의 현장 활동으로 느끼고 있는 바 현장에서 의미 있는 변화의 증거는 매우 뚜렷합니다. 세운캠퍼스는 현장형 창의 융합 교육과 실천적 연구를 목표로 합니다. 교수도 학생도 아무도 아직 겪지 않은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통해 성장합니다. 즉, 학교는 새로운 기술과 사회적 규범의 베타테스터가 됩니다. 학교는 학생들의 울타리가 될 뿐, 학습의 실체는 학생들과 모든 참여자의 몸으로 관계로 스며들죠. 또한 학생들은 직관적으로 자신들이 어떤 보호를 받고 있고 미래세대로서 어떤 권한과 임무가 있는지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경험해야만 알게 되는 변화의 증거를 어떻게 지표화하고 설명할지는 큰 숙제이기도 합니다.


2018 세운베이스먼트 로봇교육 워크숍

2018 세운베이스먼트 로봇교육 워크숍
사진-이택수


세운캠퍼스가 서울시립대의 사회적 활동으로 정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더 나아가 세운 일대를 캠퍼스로 만드는 네트워크로 확장했으면 합니다. 실제 세운 일대는 서울시 주도로 이루어지는 세운 도시재생 사업의 거버넌스를 운영하는 세운협업지원센터와 각 상가의 대표자 이루어진 다시세운시민협의회, 메이커스 큐브에 입주한 창작자, 창업 기업, 세운 마이스터,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나 산업용재협회 등 시민단체뿐 아니라 중구청, 종로구청 등 관할 지자체까지 다양한 주체의 관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러한 거버넌스를 바탕으로 현장이나 실천적인 연구에 의지가 있는 연구자들과 직간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지속적으로 마련하고자 합니다.
Q. 코로나19로 장기적으로는 건축의 형태도 변화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도시집중 현상도 변화할 것이라는 견해입니다. 코로나가 사라져서 자유롭던 시간을 다시 찾게 되길 희망합니다만, 코로나가 계속될 것이라는 가정 아래 교수님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다양한 전문분야에서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위기 상황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건축과 도시에도 큰 변화에 대한 예측과 논의가 활발해요. 그런데 우리가 이 복잡한 상황을 빠르게 결론 내리고 단정적인 대안을 만드는 것보다 충분히 현재의 상황을 기록하고 공론화하는 기회와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한국건축가협회와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 주관하는 코로나19 이후의 건축과 도시를 위한 연구와 제안 오픈콜에 기획 공모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이러한 시도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Q. 이번 ‘서울人 세계人’ 88호의 테마는 ‘업글인간’입니다. 업글인간은 ‘업그레이드+인간’의 합성어로 성공보다는 성장을 추구하는 자기계발형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인데요. 교수님께서는 어떤 자기계발을 하고 계신가요?

지금까지 말했던 세운캠퍼스라는 실험을 묵묵히 이어가는 모습이 스스로 ‘업글인간’임을 증명하는 것 같습니다. 평소 ‘실패도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어떤 외부 평가에 의해 사회적으로 성패를 가를 수는 있겠지만 자신에게 남는 학습 자양분은 항상 소중하게 여기고 결국 내가 운신할 수 있는 영역을 넓히는 경험으로 귀결하는 태도는 삶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채울 수 있는 기본 소양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실험실 벤처 창업을 준비하고 있고, 지인들과 밴드 활동도 시작했는데 카혼 주자로 참여하고 있어요. 자기계발은 영원히 현재진행형일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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