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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만남의 크로스로드에서 도시건축의 역할을 묻다
최상기·마크브로사 건축학부 교수 /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운영위원·큐레이터

도시건축은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내는 하나의 기록물이다. 문명의 발전과 더불어 기후변화, 감염병, 자연재해 등은 도시와 건축에 많은 영향을 미쳤고 큰 변화를 불러왔다. 코로나19 시대에 우리는 또 다른 방식으로 살아갈 필요를 느끼며 회복력 있는 도시를 필요로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어떤 도시에 살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2021년 9월, 제3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Seoul Biennale of Architecture and Urbanism, SBAU·이하 서울비엔날레)가 개최된다. 해외 각국의 도시 전문가들이 모여 도시가 지닌 문제와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장이다. 세계적인 행사에 서울시립대학교도 힘을 보탠다. 건축학부 최상기 교수, 마크브로사 교수는 각각 운영위원과 큐레이터를 맡아 내년 비엔날레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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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로드, 어떤 도시에 살 것인가

Q.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최상기 교수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비엔날레는 도시와 건축에 관한 이슈를 세계의 전문가들과 논의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전시입니다. 비엔날레라는 이름과 같이 2년에 한 번씩 개최됩니다. 현재 세계의 비엔날레 행사는 300여 개가 있어요. 서울비엔날레는 미술이 아니라 도시와 건축을 다룬다는 점이 특별합니다. 또 도시건축비엔날레로서는 그 인지도가 세계에서 5위 안에 드는 행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도시와 건축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최상기 교수

도시건축의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의 일상을 담는 그릇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도시의 문제는 결국 인류의 문제이자 미래, 인문학, 공학, 자연과학의 문제도 될 수 있어요. 20세기에 이뤄진 학문의 분리를 융복합으로 합칠 수 있는 그릇이 될 수 있는 것이 도시와 건축의 문제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서울시립대학교가 이 분야를 선도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전문가가 모여 도시와 관련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는 것은 서울시립대의 장점입니다. 서울비엔날레 큐레이터 경험이 있는 저뿐만 아니라 전시를 준비하고 있는 마크브로사 교수님, 1회 서울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으셨던 배형민 교수님, 베니스 건축비엔날레에 큐레이터로 활약하신 김성홍 교수님이 서울시립대를 빛내고 있습니다. 이런 전통들이 모여 학문을 더 발전시키면 서울시립대가 도시와 건축에 대한 미래 융복합 터전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서울비엔날레가 도시와 건축을 다루는 이유는?

최상기 교수

도시와 건축은 미래 융합의 플랫폼이에요. UN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세계 인구의 70%가 도시 생활을 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도시는 우리 미래와 학문, 예술, 생활이 모일 수 있는 하나의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중에서 건축은 도시와 인간이 만나는 접점이라고 할 수 있죠. 건축을 통해 사람이 도시를 경험할 수 있고,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은 건축을 통해 사람에게 전달됩니다. 단지 미학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도시건축을 살펴보는 것이 아니에요. 미래를 볼 수 있고 우리 삶의 모습을 진단할 수 있기에 서울비엔날레의 의미는 더욱 크다고 생각합니다.


Q. 2021 서울비엔날레와 관련해 최상기 교수님께서는 운영위원을, 마크브로사 교수님은 큐레이터를 맡으셨습니다. 각 위치에서 수행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요?

최상기 교수

저는 지난 2회 서울비엔날레에서 큐레이터를 맡았고요. 이번에는 운영위원회에 속해 있습니다. 운영위원이 하는 일은 새로 진행하는 비엔날레가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도록 지난 비엔날레와 주제의 연속성을 가지며 비엔날레 정신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큐레이터는 작가들을 모으고 정해진 주제에 맞게 작품을 배열합니다. 전시가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하기에 창의성이 요구되는 역할입니다. 이번에는 마크브로사 교수님께서 그 역할을 맡고 계십니다.

마크브로사 교수

서울비엔날레는 총 5개 전시로 구성돼 있습니다. 주제전과 도시전, 글로벌스튜디오, 현장프로젝트, 교육프로그램이 그것입니다. 전시마다 큐레이터가 한 명씩 정해져 있고 이들은 총감독의 비전을 관객들에게 전달합니다. 이번 총감독은 프랑스 건축가인 도미니크 페로인데요. 그가 정한 주제를 큐레이터들이 수용해 작가들을 모으고 전시형식을 구성합니다. 또 각종 마케팅과 컨퍼런스, 강의를 준비하면서 감독과 관객 사이를 연결하는 게 큐레이터의 역할입니다.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Q. 2021 서울비엔날레의 주제는 무엇인가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요?

마크브로사 교수

이번 서울비엔날레의 주제는 ‘크로스로드, 어떤 도시에 살 것인가?’입니다. 세계의 여러 작가, 대학들과 협업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토픽에 맞춰 분류하고 선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중심이 되는 토픽은 ‘refuge’로 은신처, 피난처, 대피처(shelter)에 관한 내용입니다. shelter란 어떤 위협으로부터 보호를 받는 기본적인 장치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많은 위협에 처한 시대이고 이로부터 무수한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비엔날레 주제는 이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을 제안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상기 교수

참고로 주제가 정해지는 것은 비엔날레가 열리기 약 1년 8개월 전쯤에 확정이 되는데요.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이전에 ‘shelter’에 관한 주제가 나왔고 우연히 지금 상황에 맞는 주제가 된 것입니다. 마크브로사 교수님, 이 주제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나요?

마크브로사 교수

주제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직접 대응하는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코로나19가 하나의 현상은 될 수 있지만 ‘refuge’의 문제는 단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광역적인 도시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던져준 것은 주거문제와 빈부격차 등 도시 안에 존재하는 불평등을 극대화 시켰다는 면에서 이미 존재하고 있던 문제점들을 더 극명하게 표면화시켰습니다. 이번 주제는 코로나19 보다 좀 더 넓은 범위의 도시문제를 다룰 것입니다.
Q. 메인 주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덧붙여 주신다면?

마크브로사 교수

크로스로드(Crossroads)는 하나의 교차점이며 도시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선택의 기회에서 맞닥뜨린 순간들을 이야기합니다. 교차점에서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 결정하는 것, 그것이 도시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크로스로드는 단지 현상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앞으로 취해야 할 행동과 실천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덧붙이자면 이번 서울비엔날레의 심볼은 방사형으로 돌아가는 원형 형태입니다. 다양한 방향성을 보여주고 교차점에 머무는 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심볼 사진
<심볼 사진>
Q. 지난 1~2회 서울비엔날레와 비교해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최상기 교수

1~3회 비엔날레 주제는 ‘공유도시’, ‘집합도시’, ‘크로스로드’입니다. 각각 다른 내용 같지만, 연속성이 있습니다. 공유도시는 사람들이 모여 공유하는 삶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집합도시는 이 모습을 통해 집합체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크로스로드는 그 집합체의 다양한 의견들과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며 그 반응의 창의적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서울비엔날레는 국제적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세계적인 참여도가 더 높아졌습니다.

마크브로사 교수

아무래도 코로나19로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에요. 아직 행사 기간이 많이 남아있지만, 온라인의 역할이 강해질 것이라 봅니다. 일반 시민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여러가지 관람이 가능한 방식으로 전시장을 마련하여 전시에 집중하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진행하고자 합니다.
Q. 서울비엔날레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전시를 접하기에 앞서 관람객이 어떤 준비를 하고 가야 이해하기 쉬울까요?

최상기 교수

사실 도시건축비엔날레가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어요. 학술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우리 일상에서 도시가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서울에서 진행되고 있는 도시재생 문제를 해외에서는 어떤 관점으로 보고 있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익숙해진 개념들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 비엔날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열린 마음과 편견을 깨는 생각으로 접근해보세요.
Q. 서울비엔날레에 대해 거는 기대감도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마크브로사 교수

두 가지 기대가 있습니다. 첫째는 좀 더 전문적이고 교육적인 맥락에서의 기대감입니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비엔날레가 제시한 다양한 시나리오와 사례를 통해서 해답을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두 번째 기대감은 일반 시민들이 건축과 도시라는 문제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같이 참여할 수 있고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최상기 교수

저는 시민들이 이번 서울비엔날레를 통해서 지금까지 쌓아왔던 여러 가지 사례와 시나리오를 통해 건축을 적극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건축이 단지 ‘우리가 사는 곳’일 뿐 아니라 ‘우리 문화를 읽을 수 있는 도구’라는 점을 알고 그것을 느끼기만 해도 좋을 것 같아요. 흔히 건축은 부동산 가치 혹은 개발의 성과물로 생각하는데 단순히 콘크리트 덩어리가 아닌 우리 사회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온도계라고 보면 어떨까요? 건축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이 생긴다면 그것만으로 큰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그런 발견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