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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STORY
서순탁총장

“서로 소통하며 함께 만들어나가는 진취적인 수업되길”
이종환 철학과 교수, 강영인(도시사회학과 16)·이유빈(철학과 20) 학생의 원격 수업 후기

지난 1학기 서울시립대학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비대면 수업을 운영했다. 학생들로 붐벼야 할 강의실은 텅 빈 채 기약 없는 만남을 기다리고 있었고,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는 교수와 수강생은 모두 새로운 수업 환경에 적응하느라 진땀을 뺐다. 코로나19는 기존 수업의 개념을 바꿔놓았다. 끝나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공존은 우리에게 새로운 일상(New Normal)을 가져왔다. 오는 2학기는 대면과 비대면 수업으로 학생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이종환 철학과 교수와 그의 원격강의 ‘서양문화와 철학의 발생’을 수강했던 강영인(도시사회학과 16), 이유빈(철학과 20) 학생을 만나 온라인 수업에 대한 소감과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이들의 ‘뉴노멀’에 대해 들어봤다.

SPECIAL STORY

2학기를 맞은 시대인의 뉴노멀은?

이종환 교수(사진 가운데)와 강영인(왼쪽), 이유빈 학생. 이종환 교수(사진 가운데)와 강영인(왼쪽), 이유빈 학생.
Q.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했던 지난 1학기를 평가해주신다면?

이종환 교수이종환 교수

교수님들과 학생들, 교직원 모두 고생했던 학기였습니다. 1학기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서 최대한 ‘새로운 정상’을 유지하려고 각자 노력했던 점이 굉장히 의미 있었던 학기라고 생각합니다. 교수님들은 다양한 방법을 찾아서 학생들에게 지도하려고 노력하셨고 학생들도 최대한 잘 배워나가기 위해서 자신의 몫을 다했다는 점이 굉장히 의미 있었습니다.
Q. 1학기 첫 대학생활은 어땠나요?

이유빈이유빈

오늘 인터뷰를 위해 처음 학교에 방문했는데 기분이 아주 색다르네요. 제가 경험했던 학교생활은 교실이라는 물리적 공간 안에 있으면 자연스레 학교생활을 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학교가 아닌 곳에서 생활해야 하니 제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학교생활 자체를 할 수 없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Q. 원격강의를 진행하면서 교수님만의 노하우도 생겼을 것 같습니다.

이종환 교수이종환 교수

특별한 테크닉이 있는 것보다는 수업에서 최대한 학생들과 많이 소통하려고 노력했어요.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웃음) 인터뷰를 하게 된 이 수업은 2시간 정도 영상을 보고 1시간은 함께 토론하는 시간으로 구성했어요. 토론과정에서 학생들이 짧은 과제들을 냈고, 그 내용으로 토론을 하다 보니 학생들의 생각을 논의·비판·검토할 수 있는 기회를 여러 차원에서 만들었죠. 그 통로들을 최대한 많이 열려고 했던 것이 학생 입장에서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됐을 겁니다.
Q. 수업 때 지켜야 할 철칙도 있었나요?

이종환 교수이종환 교수

제가 수업 시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제 강의 계획서에도 명시가 돼 있죠. 모든 수업참여자, 즉 교수든 학생이든 서로 간의 상호존중입니다. 서로가 수업시간에 어떠한 의견이나 생각들을 이야기할 수 있고 그 생각들을 이야기했을 때 의견을 나누기 위해서는 일단 상대를 한 명의 인격체로 존중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저도 학생들을 한 명의 인격체로서 존중해주고 학생 또한 학생끼리 서로 존중을 하는 태도로 수업에 임해주길 기대합니다.
Q. 학생들의 경우 온라인 강의에 대한 편견이 있었을 텐데 이번 강의를 듣고 난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강영인강영인

저는 고등학생 때도 인터넷 강의를 다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영상강의에 대한 집중력이 낮아서 걱정을 많이 했죠. 처음에는 체계도 잘 잡혀있지 않았고 수업마다 상황이 달라서 힘들었어요. 1학기 첫 4주간은 이 수업을 15주차까지 할 수 있을지, 수강하면서 원하는 대로 공부를 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 교수님 수업의 경우 사전강의가 있어서 제가 집중할 수 있을 때 들을 수 있었고 잠시 쉬고 싶을 때 멈추기도 하며 놓친 부분은 다시 들을 수 있어서 좀 더 수업에 대한 깊은 이해가 가능했습니다.

이유빈이유빈

전 인터넷 강의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비대면 강의에 집중할 수 있을지 걱정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대학 강의는 열띤 토론도 하고, 교수님과 서로 이야기도 하는 등 로망이 있었거든요. 막상 수업을 들어보니 비대면 강의도 충분히 효과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Q. 원격 강의 중 생긴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유빈 이유빈

오전 10시에 시작하는 강의를 집에서 듣고 있었어요. 실시간 강의라 마이크를 켜고 질문을 주고받고 있었죠. 그러다 수업 도중에 늦잠잔 가족이 기지개 켜는 소리를 아주 크게 내는 바람에 급하게 마이크를 껐던 기억이 납니다.

강영인강영인

교수님의 수업 중 하나인 서양철학사를 수강하면서 팀 프로젝트를 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원래 팀 프로젝트를 하면 한 자리에 만나 하나씩 이뤄가잖아요. 비대면으로 하다 보니 화상으로 회의하고 결과물까지 제출했는데 그 과정이 인상 깊었어요. 팀과 마지막 과제를 제출하고 화상에서 단체로 스크린샷(화면캡쳐)으로 사진도 찍었죠.

이종환 교수이종환 교수

동영상 수업을 제작했던 모든 교수님이라면 안 겪어보신 분이 없을 겁니다. 녹화했던 것을 통째로 날려서 굉장히 좌절했던 일이 여러 번 있었어요. 수업을 끝냈는데 녹화를 안 했거나 저장 버튼을 안 눌러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때, 좌절감과 세상을 다 잃어버린 느낌을 두세 번 받았죠. 제가 주위에 여쭤보니 교수님 중 안 겪어보신 분들이 없으시더라고요. 그게 참 아픈 기억으로 남았죠. (웃음) 기억에 남는 순간도 있답니다. 실시간으로 원격 수업을 할 때 30분 전부터 수업화면을 열어놨어요. 여러 가지 주제에 맞춰 음악을 틀어놓았죠. 학생들은 일찍 들어와 음악을 들으며 수업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끔 제가 라디오 DJ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일찍 들어온 학생들이 신청곡을 보내주기도 했고요. 꽤 재밌었던 추억 중 하나입니다.
Q. 학생들은 화상 강의를 더 잘 듣는 방법도 생겼을 것 같아요.

이유빈이유빈

저는 비대면 강의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일단 비대면 강의는 저를 중심으로 선택할 수 있는 요소가 많잖아요. 예를 들어 수업에 제일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선택하고 교수님의 목소리를 듣기 편한 볼륨으로 설정하는 등 강점을 살려서 들었어요.

강영인강영인

화상 강의를 들으면서 과제도 많아 더 많은 집중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난 학기에는 18학점을 수강하려고 했던 것을 12학점으로 줄였죠. 1주차 수업이 끝나고 이종환 교수님께서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짤막하게 동영상으로 만들어서 올려주셨어요. 이 교수님은 필요한 것 있으면 질문도 많이 하고 생활 패턴을 잘 짜서 생활하라고 조언해주셨습니다. 저도 다른 교수님에게 필요한 요청을 드려서 소통을 많이 했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것만 선택해 집중한 덕분에 1학기는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이 교수님의 조언 동영상 내용이 궁금한데요?

이종환 교수이종환 교수

수업 1주차가 끝난 다음 제 수업을 듣는 모든 학생에게 잔소리하는 10분 내외의 동영상을 만들었었어요. 내용은 학생들이 1학기 수업을 들을 때 어떤 자세로 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었죠. 내용은 교수님들에게 필요한 것을 제시하고 더 적극적으로 요청하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나가서 운동도 하고 과일도 먹으라는 소소한 참견도요. 또 하루의 일과를 정확히 정하고 수업시간을 구분해 생활 패턴을 잘 짜라는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사실은 학생들이 걱정돼 이 동영상을 만든 것인데 그럴 필요가 없을 정도로 스스로 생활을 주도해나갔던 것 같습니다. 지난 1학기 동안 잘 살아냈던 것 같아요. 우리 학생들이 참 자랑스럽습니다.
Q. 코로나19로 인한 달라진 나의 ‘뉴노멀’은 무엇인가요?

이종환 교수이종환 교수

저에게 가장 큰 뉴노멀은 제가 지난 1월 이후로 이발을 안 하고 있어요. 머리카락이 굉장히 많이 길었는데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게 아니랍니다.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저의 새로운 노멀로 삼기 위해 기르는 중입니다. 긴 머리카락이 불편하진 않네요.

강영인강영인

코로나19 이전에는 밖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집에서는 잠만 잤어요. 이제는 집에서 생활해야 하니 디퓨저도 놓게 되고 방을 많이 꾸몄어요. 요리, 설거지, 청소 등 집안일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이유빈이유빈

저는 요즘 취미가 새로 생겼어요. 보통 음악은 어떤 일을 하면서 배경음악으로 듣는 경우가 많잖아요. 제 경우 그 음악에만 집중해서 들어보면 새로운 느낌도 나고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했던 음악적 쾌감을 느낄 수 있어요. 다른 분들도 꼭 해보셨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2학기를 맞이한 학생들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이종환 교수이종환 교수

2학기에는 각자 맡은 역할을 잘 수행해 주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특히 학생들은 1학기 때 잘 해왔던 것처럼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보통 수업을 ‘듣는다’라고 하는데 이 말은 굉장히 수동적인 의미를 전제로 합니다. 듣는 것보다는 수업의 구성원으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필요한 것들은 교수님에게 요구하고, 배워나갈 것들에 대해 진취적으로 제안하길 바랍니다. 그러면서 교수님과 학생들이 수업을 구성하고 만들어나가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한편으로는 비대면 수업이 되면서 학생 주도 학습이 쉬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을 일반화시킬 수 없지만, 강의실이라는 공간이 어떤 면에서 위계나 권력 관계를 나타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업이 온라인으로 가면서 이 구조가 완화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수동적인 자세에 머물러 있으면 이 위계관계가 공고해질 수 있어요. 일방적으로 메시지만 전달받아 듣고 끝나버리는 상황이 더 심해질 수 있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교수님과 수업을 함께 만들어 가길 바랍니다.
Q. 2학기에 임하는 나의 각오는?

강영인강영인

2학기는 미리 수업마다 비대면 강의 비율을 알려줘서 지난 학기보다는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학년인 저는 마지막으로 수업을 들을 기회라서 제가 공부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이유빈이유빈

지난 학기는 첫 대학 생활이라 혼란스럽고 모르는 게 많았어요. 이제 2학기가 되니 지난 학기를 경험 삼아 열심히 공부하면서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이종환 교수(사진 가운데)와 강영인(왼쪽), 이유빈 학생.